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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넷플릭스 :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후기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So Not Worth It)

장르 : 코미디

채널 : 넷플릭스

공개 : 2021. 06. 18.

 


오랜만에 새로 나온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지구망'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것 같다.

 

논스톱, 하이킥 시리즈 등 평일 저녁 시간대에 짧게 방영했던 시트콤들이 어느새 TV에서 모습을 감췄는데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의 등장이 그 원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시트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에피소드 하나가 30분 내외라서 가볍게 보기 좋고,

주제도 너무 무겁지 않기 때문에 보는 마음도 너무 편안하고,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집중하기보다는

각 인물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끊어서 봐도 드라마를 보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구망'은 '거침없이 하이킥', '논스톱', '막돼먹은 영애씨' 등

이름만 들으면 '아!'하고 알 수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시트콤 제작진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뭉쳐서 제작한 시트콤이다.

 

한국대학교 국제기숙사에서 지내는 인물들의 일상이 주 에피소드이며

시트콤답게 모든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엄청 뚜렷하다.

 

작품의 배경이 국제기숙사이다 보니 등장인물이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에피소드로 나오기도 하지만

오히려 등장인물들이 '한국사람 다 됐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도 많았다.

 

제작진들이 노린 웃음 포인트 중 하나가

어떻게 봐도 외국인인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한국인스러운 말과 행동을 하는 것에서 나오는 낯섦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많이 들었다.

 

특히 아무리 생각해도 20대 외국인 유학생이 할 법한 말들이 아닌 말들을 대사로 사용할 때 너무 어색했다.

그런 말들을 쓰는 게 '한국인'답다고 느껴지기에는 외국인 배우들의 억양이 미묘하게 어색했기 때문이다.

시즌 2를 찍을 때는 배우들 억양이나 어조를 교정해주는 사람도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그런 어색함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드라마에 푹 빠져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된다.

 

시트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만 하지는 않고

중간중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에피소드가 있기도 하고,

나중에 생각날만한 명대사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또 가끔씩 등장하는 카메오들의 라인업이 장난 아니다.

하하, 강호동, 윤종신, 이수근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 깜짝 등장한다.

 

비록 비중이 크지는 않더라도

중간중간 등장하는 익숙한 얼굴이 반가워서 또 재미있었다.

 

1화만 보면 '와! 재미있다!'싶은 느낌은 잘 안 오지만

그래도 보다 보면 캐릭터들의 매력도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응원하는 캐릭터도 생기기 때문에 푹 빠져서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등장인물 중에 제이미(신현승)가 너무 좋았다.

1화랑 마지막화랑 가장 성격이 입체적으로 변화했다고 해야 할까?

그런 변화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강아지같이 순수한 눈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움짤까지 만들었다.

 

(지금 쓰는 게임용 모니터가 디자인하기엔 색감이 너무 이상해서 고생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형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확실히 장점도 단점도 뚜렷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좋았던 부분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공백을 채워준 작품이라는 점,

국제 기숙사라는 특수한 환경의 개성있는 인물들이 잘 보였다는 점,

시트콤이지만 나름 감동 포인트, 교훈도 있고 떡밥과 떡밥의 회수까지 볼거리가 많다는 점

 

아쉬운 점은 외국인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기하다 보니 어색함이 느껴진다는 점,

깔깔대며 웃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지는 않다는 점,

한참 재미있어질 때쯤 드라마가 끝났다는 점 등이 있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란 점' 시리즈에 나오는 외국인들의 시선 말고

조금 더 드라마 차원에서 연구된 외국인들의 생각이 잘 나타나면 재미있을 것 같고,

그런 에피소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배우들의 연기도 조금 더 신경쓰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볼 예정이다.

왜냐하면 나는 시트콤-person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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